기본적인 신조가 있다면 국물이 없는 라멘은 내 마음을 녹일 수 없을 것이며, 돈코츠가 아닌 라멘은 조금은 슬플 것이다.
라고 하는것이 나의 얼토당토 않는 신조이다.
잘 만들어진 면 한가닥과 잘 우러나와 정성들인 육수와 어우러진 라멘의 조화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뭔가 국물이 없거나 하면 라멘으로써는 조금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늘은 몇번이나 추천을 받고도 정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고민을 하다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천천히 다녀온 특이한 라멘집이다.
서울 경복궁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수 있는 서촌거리.
커플천국 솔로지옥이라고 외치는 듯한 억울한 이 거리에 위치한 라멘집.
아부라 마제소바만을 전문으로 하는 칸다소바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한자로 신전 소바.
일본 내에서도 극히 만나보기 힘든 마제소바를 한국에서 만나 볼수 있다고 해서 최근 매우 인기이다.
대체 왜 이렇게 인기일까?
개인적으로 라멘의 패러다임을 깬 것은 츠케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소한 츠케멘은 라멘이라는 기본 틀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육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이 마제소바라는 아이는 비슷한 것도 없다. 다양한 양념과 소스. 그리고 토핑.
그외 어떠한 국물도 준비된게 없어 보인다.
메뉴도 정말 심플하다.
마제소바. 그리고 생맥주, 음료수 정도. 그 이상도 없다.
여기도 생맥주는 조그마한거에 줄게 뻔하지만 그래도 싸게 판다는거에 감사 해야겠지?
비싼 아사히, 기린, 삿뽀로 맥주 마셔봐야 어차피 라멘의 강렬한 맛때문에 맛 좋은 맥주는 의미가 없거든.
각 자리마다 붙어있는 먹는 방법.
라멘처럼 아무 생각 없이 면과 육수를 즐기고 토핑을 즐기는 내 멋대로 방식이 아닌 규칙과 방대한 소개까지 되어있다.
새로운 레스토랑에 방문을 하게 되면 그 레스토랑 만의 규율이 있고 그걸 눈대중으로 배우고 터득해야 아..이 사람 여기 좀 다녀본 느낌 아네?
이 소리를 들을 것이다. 몰론 허세 일것이다.
요 동경식 아부라 마제소바도 그렇다. 먹는 법을 모르는 나한테는 이러한 것도 결국 공부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국물 없는 라멘을 맛집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와서 먹어도 될 정도인 것인가?
사람이 너무 많기도 해서 살짝 의심이 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라멘을 주문하면 맥주는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주변의 모습을 살짜쿵 살펴본다.
테이블 위에 무와 다시마 및 절임 반찬 외에는 식초와 시치미. 외에는 없다.
그리고 겨우 마제소바 하나만 하는데 정말 점원도 많지만 들어오는 손님도 꽤나 많았다.
국물 없이 먹는 라멘이라서 그런것일까? 회전도 정말 빨랐다.
겨우 비벼먹는 면을 거진 만원돈을 주고 먹고 회전도 빠르다는건 양도 적고 참 뭔가 치사한거 아닌가?
이 곳에 방문한 것이 잠시나마 후회될려고 하기도 했다. 이건 뭐 포만감도 없는거 아냐?
여차저차해서 주문해서 나온 마제소바.
정말 타이밍이 기가막혔다.
내가 주문한 라멘이 바로 나온 직후 그 다음 사람들은 면을 새로 뽑고 다시 만드는 시간 때문에 굉장히 지체된 듯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몰려드는 웨이팅. 그 웨이팅 나만 아니면 돼~~~!!!
자...보아하니 가운데는 뭔지모를 육류 계열로 잘 만들어진 비빔소스. 그리고 김. 그리고 가쓰오 향이 물씬 풍겨지는 가루와 파와 노른자.
당황스럽다. 일단 비주얼은 너무 근사하고 이쁘다.
다만 맛이 전혀 상상이 안간다. 매운 느낌은 없을거 같은데 그렇다고 국물이 없는데 가쓰오 가루도 굉장히 뻑뻑해 보여서 어떨지 전혀 모르겠다.
헤에... 잘 비벼진다. 뭔가 육류계열의 향기와 가쓰오의 고소한 향기가 같이 몰려들어온다.
면은 살짝 두꺼운 중면 수준의 면이었다.
매운 느낌일 줄 알았는데 비벼보니 간장 비빔면 같은 느낌의 비주얼이다.
새로운 처음 본 음식을 접하기 직전 맥주를 바라보면서 한 모금 입을 적셔준다.
레드락 생맥주. 간만에 마시니까 맛있다.
과연 이 마제소바. 맛은 어떨까?
예전에 SBS에서 하던 아빠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과연 도전 실패 성공인가?
언제나 한입샷.
호오... 이거 처음 느껴본 맛이다.
이거 맛있구만? 왜 사람들이 맛집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분명 확실히 맛있다. 그냥 남들 맛있으니까 맛있다고 하는것이 아닌 진심이다.
하지만 이거 분명히 어디선가 느껴본 맛은 절대로 아녔다.
아는 맛이 섞여있는데 뭔가 비슷한걸 찾아보려고 노력을 해봐야 했다.
매뉴얼에는 1/2정도 먹고난 후에 식초를 적당량 뿌려서 즐겨보라고 알려줬는데 한번 뿌려봤다.
아... 이거 식초를 뿌렸을때 느낌이 딱 그거다.
짜장면 먹을때 절반정도 먹고 식초를 살짝 뿌리면 풍미가 더 깊어져서 고급진 맛을 내게끔 만들어주는 역할.
다시마식초가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면만 따로 종지에 옮겨서 식초를 흠뻑 뿌려서 먹어봤다.
굉장한 풍미. 새로운 도전에서 또 다른 새로운 도전.
어느정도 먹고나면 서비스 밥을 제공해준다고 한다.
조금이긴 하지만 비벼먹으면 어떨지 궁금한 맛이기도 해서 억지로 시켜봤다.
라멘 먹을때 밥을 먹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거의 없지만 이건 솔직히 내게 있어서 라멘의 범주는 아니다.
그래도 밥은 한번 먹어봐야겠지?
비주얼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비벼놓고 보면 맛깔난다.
애초 양념 자체가 강렬하고 묵직한 맛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하얀 쌀밥과의 조화가 굉장하다.
짭쪼름한 맛과 고기계열의 맛. 그리고 어류계열의 맛.
아.. 살짝 마제소바에서 느낀 맛이 생각났다.
바로 츠케멘.
육류계열에서 나온 양념소스에 가쓰오? 가루가 어우러지면서 육류와 어류의 좋은 맛이 어우러져서 묵직하면서도 굉장히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렇게 처음 도전해본 경복궁역 칸다소바의 마제소바.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피니쉬샷을 보면 알 수 있다.
가격은 솔직히 좀 안 착하다. 그나마 밥 덕분에 포만감이 상승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만큼의 맛은 있었다. 왜 인기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여러가지 맛이 확 나타나는 만큼 내가 느껴볼 수 있었던 맛이 아닌 모르는 맛들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참 신기했다.
다 먹고 집에 바로 가기 아까워서 한장 찍어본 경복궁과 창경궁.
역시 밤의 고궁은 정말 아름답다.
배경이 아름다운 장소를 보고난 후에 입안에서 아름답게 변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을 맛보고 난 후의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다.
가격은 좀 아름답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한 맛을 나타내는 생소했지만 맛있는 맛을 쥐어짜낸 듯한 칸다소바의 마제소바의 후기였다.
<직접 돈 주고 사먹은 후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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