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얼마전에 대학로 가마마루이 라멘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은 있지만 거기서 먹었던 라멘은 고라멘 스타일이 아닌 일반 가마마루이 스타일의 라멘을 먹었던 거였다.
그래서 정말 벼르고 벼르고 조만간에 꼭 가리라는 마음을 가지던 찰나에....
으아니...챠!!!! 대학로 가마마루이가 철수함과 동시에 고라멘 사장님도 그 자리에서 같이 철수를 한다고 한다.
아니.. 나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조만간에 이직 끝내고 나서 여유롭게 다녀올려고 했는데 이런 청천벽력같은 소릴...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응원과 아쉬움의 댓글...
여기 보통이 아니다.
맛있는 카레는 먼곳까지 찾아 가서라도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댓글의 뉘앙스는 그 이상으로 보였다.
어쩔수 없었다.
이직을 성공하라는 나 자신에 대한 선물로 라멘 식사를 하리라...
그래서 다녀왔다. 대학로 가마마루이 고라멘.
여전히 별로 다를 거 없어 보이는 간판과 인테리어. 외관.
하지만 포스팅 되는 오늘 날짜 기준으로 마지막 영업이라고 한다.
오리지날 고라멘을 비록 신촌이 아닌 대학로에서 처녀작으로 맛보게 되지만 처음이자 당분간 마지막이 될 고라멘이 마지막일줄은...
어찌됐건 이번만큼은 큰 기대감과 아쉬움을 갖고 입장한다.
뭐 메뉴도 똑같다. 평소봤던 그 모습 그대로.
다만 고라멘 계열을 들어가면 따로 선택가능한 공간이 있다.
거기서 나의 선택은 고라멘 오리지널과 카에다마 면 추가. 그리고 카타메로.
카이지가 수용소에서 빚을 탕감하면서 외출권을 얻기 위한 전쟁의 수준으로 보고 주문을 한다.
지하 골방의 어둡고 답답한 곳을 탈출하여 몇개월만에 보는 햇빛 마냥.
그래. 인테리어도 대학로 가마마루이 그대로다.
신촌의 고라멘의 인테리어는 잘 모른다. 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특유의 내음.
타 블로그에서도 얘기해주는 그 느낌의 내음을 느꼈다.
처음 갔을때는 못맡았던 그 내음.
내가 제대로 온게 맞는가 보다.
얼마나 사람들이 고라멘에 대한 인식이 좋았으면 가마마루이 배경으로 그림까지 그려주고 갔을까.
카이지가 캔맥주 두개에 닭꼬치와 감자칩을 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왜 그러한 감동을 표현하는지 알수 있을듯 하기도 하고..
뭔가 내가 아직까지 너무 아싸인생을 살아온건 아닌가 모르겠다.
어찌됐건 왔으니 그 유명한 고라멘의 맛을 보도록 하자.
어라.. 이거 분명 가마마루이 라멘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사진으로봐선 절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육수와 냄새를 맡아봐도 어...
이거...보통이 아니다.
내가 분명 범죄의 현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이지가 오랫만에 마신 맥주로 인해 외치는 이 멘트
"으아아!!! 범죄적이야!!!! 너무 맛있어!!!"
나한테도 그런멘트가 나올까. 과연?
국물 한입샷
면발 한입샷
아지타마고 맛달걀 한입샷
어느 하나하나 무시 못할 빼어난 맛이다.
속으로 외쳤다. "이건 범죄적이야!!!"
그리고 향후 다시 다른곳에서 오픈할 때까지는 못먹을 거 같아 보여서 시킨 카에다마 면추가.
그리고 면이 나올 사이에 미리 찍어본 국물의 점성도.
이 끈적끈적하고 진한 국물의 농도.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기존 고라멘의 80%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기존 고라멘을 못먹어 보고 온 나로써는 이것도 진했다.
진짜 고라멘의 100% 점성도는 어떤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추가한 면을 넣고 휘휘 저어서 다시 호로록 한다.
면에서 살짝 특이한 향이 나는데 이 특이한 향은 내가 흔히 말하는 야생의 느낌이라고 애기한다.
육수나 챠슈에서 잡내를 잘 잡아서 없앤 만큼 면에서 느낄 수 있는 공법의 차이인듯한 향.
아..이거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정말 굉장히 인상깊었다.
사장님이 물어보신다.
"인스타그램 보고 오셨나"
"네. 오늘아니면 못먹을거 같아서 억지로 왔습니다."
"네. 4월 30일까지 하고 끝냅니다."
"헐...이럴수가..ㄷㄷㄷ"
시크하지만 농도와 이런저런 사소한꺼까지 다 얘기해주시는 사장님의 스타일.
시크한 스타일 속에서 나오는 진함이 보였다.
그래도 시크하지만 멀리서 온 손님 한분 한분에게 인사해주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그리고 그 손님들도 굉장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제 아무리 홍보를 안하고 그래도 알아서 찾아오게 되고 따라오게 된다.
음식이란것이 바로 그렇다.
비록 난 맛을 잘 아는 미식 전문가가 아니지만 말이지..
그렇게 신나게 나 혼자서의 이직 성공 기원 연회를 펼치고 나온 흔적..
언제나 피니쉬샷은 진리다.
깔끔하게 비워진 라멘 그릇으로 반짝거리는 콜라겐.
이 라멘 스프가 얼마나 진하고 잘 우려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러 라멘집을 다니면서 아직까진 신출내기 햇병아리 수준으로 맛보고 다녔지만 이렇게 여운이 남는 라멘은 처음이다.
정말 오랫만에 경험해본 여운이다.
정말 이렇게 맛보고 범죄까지 저질를 수 있을 정도의 맛은 처음이다.
4월 30일 오늘부로 영업이 종료된다고 한다. 대학로 가마마루이 라멘도 같이.
하지만 고라멘은 다시 다른곳에서. (어쩌면 신촌?) 다시 오픈할꺼라고 한다.
과연 내가 신촌까지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분명 또 오픈한다면 난 기꺼이 찾아갈 의향이 있을 것이다.
자주는 못가더라도 여운이 남아서 또 가야겠다는 의지가 생길듯 하다.
다음 재개장 후 찾아간다면 분명 나는 이직을 성공한 채로 먹으러 가겠지..?
<직접 돈 주고 사먹은 후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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